여느 학교에나 그렇겠지만 내 기억 속에 학창시절에도, 창가에 기대어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던, 약간 특이한 아이가 한 두어 명쯤 있었다. 운동장에 무엇이 그리 재미있기에 선생님께서 지적하는데도 칠판을 보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는지 궁금증이 들어 나는 문득 고개를 숙여 쉬는 시간에 그 친구 옆에서 운동장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장에는 언제나 그랬듯 삼삼오오 모여서 축구하는 남학생들, 그리고 간간히 지나가는 선생님이 계실 뿐이었다. 아마 우리 학교에도 토토 같이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가 있었던 거였구나,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나는 토토에게 질문을 했던 도모에 학원의 선생님과 같이 친절한 선생님을 본 기억은 없었다. 내가 아는 선생님은 자신의 수업을 왜 듣지 않는지 그 아이의 산만함을 꾸짖고 교실 맨 뒷줄에서 벌을 서게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건데, 선생님이 꽉 막힌 사람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수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고, 시험문제에도 나올 중요한 교과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을 바로 불러 지도할 책임도 있었던 것뿐이었다. 마치 그 아이가 평범한 사춘기 아이처럼 어른의 말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중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른바 선생님도, 우리도, 학교와 수업과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중요시하던 수업을 한 번도 창가를 바라보지 않은 모범생으로 보냈다 해서 어른이 되어 훌륭한 인격을 지닌 인간으로 자라나는 것도 아니었으며, 창가만 바라보던 그 아이가 느닷없이 동창회에 엄청난 엘리트가 되어 나타나기도 하는 것,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체 그저 잠재력만을 숨기고 웅크려있던 어린 시절의 우리였다.
대안학교, 내 기억 속에 대안학교라는 이름이 처음 생겨난 것은 벌써 20여 년 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시골에 작게 하나 둘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뿐, 정확히 그 학교에 누가 다니고,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를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꽉 막힌 정규 인문계 학교에 다니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지낸다는 대안학교 아이들이 가끔은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대안학교에 대해 진지하게 찾아보고, 생각해보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 아이, 무언가 부족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선입견과 달리, 오히려 이 책에 나오는 도모에 학교의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싫은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똑똑한 아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적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수업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가진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무한한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것은 10대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권리이자 축복 같은 시간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걸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 못하며 더구나 가슴 속의 열정을 불사 지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
마음이 하염없이 따뜻해지는 동화였다. 그저 자신의 자서전적인 책으로 썼다고 하는데, 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토토에게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이, 마치 내 안의 어린 나에게 말해주는 위로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마음껏 사랑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기뻐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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