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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활동에 추가하면 좋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by 현서엄마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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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교수, 나는 그의 이름을 기존에 알지는 못했지만 감옥 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의 제목은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옥중서간이라는 참 생소한 글이라는 것 때문에 어렴풋이 서점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적이 몇 번 더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나는 그가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읽었다.

신영복, 대한민국의 경제학자이자 대학교수로서, 대표적 진보학자로서 분류된다. 본래 숙명여자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로 있다가 1968년 반체제 지하조직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2020일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88년에 전향서를 쓰고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였다. 수감 중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을 후에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았는데, 이것이 감옥 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그는 이미 작년에 타계하여 이미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편지들을 읽으며, 그가 살아생전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떠올리면서 나는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징역은 나오는 맛에 산다는 말을 위로로 건네기에는 너무 긴 20년 세월을 뒤로하고서. 20대의 청년 시절인 1968년 생일에 잡혀간 그는 꼭 20년 세월을 보내고 1988년 생일날 석방됐다. 무기수 신영복, 상고포기를 하여 무기징역이 확정된 것은 197055일 어린이날이었다고 한다. 재판을 죽 지켜본 호송 헌병의 호의로 남산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무기징역의 기나긴 터널로 들어가게 된다. 사형수일 때는 무기만 되어도 원이 없다고 생각했건만, 무기징역은 어떤 의미에서 사형보다 더 암담했다. 그는 20대의 한창 꿈과 뜻을 펼쳐나갈 시절부터 일제치하의 암담한 우리 근대사부터 현대사까지 모든 길목을 건너, 항쟁하고, 저항하고, 자신의 뜻을 펼친 대가로, 감옥에서의 무기징역이라는 선고를 받은 것이었다.

나는 무기수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내가 그나마 접한 무기수, 사형수 같은 교도소 내에 지내는 사람들은 TV 다큐멘터리나 뉴스 등에서였을 뿐이다. 사실 교도소라는 것이 그 안의 죄수를 나 같은 일반인이 쉽게 볼 수 있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이는 당연한 것임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실제 죄수들, 그 중에서도 무기수나 사형수처럼 남은 인생에 대해 실날 같은 희망조차 품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신기하면서도 생소하고, 또 특별한 책이었다. 내가 가진 당연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 그것이 없는 한정되고 통제된 장소에서 살아가기만을 강요된, 사회에서 완전한 분리를 당한 사람의 심정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가 옥중에서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일요일 오후, 담요 털러 나가서 양지바른 곳의 모래흙을 가만히 쓸어 보았더니 눈록색의 풀싹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봄은 무거운 옷을 벗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던 소시민의 감상이 어쩌다 작은 풀싹에 맞는 이야기가 되었나 봅니다. ”

사실 교도소라는 곳도 일종의 기관이고, 죄수들의 탈옥에 대해 늘 생각해야 하는 곳이다 보니, 그 역시 다른 죄수들처럼 처음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부터 후에 안양 교도소, 대전교도소, 전주교도소까지 총 4곳 정도에서의 생활이 담겨져 있다. 첫 챕터의 나의숨결로 나를 데우며..’ 는 그가 처음 교도소에서 얼마나 외롭고 마음이 추운 심정이었는지, 무기수로서 얼마나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어 괴로워하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암울한 내용도 있었고, 그리고 산수화 같은 접견’, ‘담 넘어 날아든 나비 한 마리’ , ‘방안으로 날아든 민들레씨같은 서정적인 제목과 내용의 글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마지막 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인지는 당시 가출소를 하게 되어 무기징역이 드디어 끝나게 된 시점에서 무언가 그 이상의 그 안에 있던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그와 같은 다소 억울한 감옥살이, 특히 정치적인 수감생활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말하는 것처럼 수감생활이 그리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는 그가 느낀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있어 삶에 슬픔, 고통, 기쁨, 환희 등이 함께 하는 것처럼 다소 모든 것들을 미화해 읽지 말고 그저 나 역시 사색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은 있다.

어쩌면 낙담과 절망밖에 없을 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이런 사색을 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고, 자연과 햇볕 한 자락에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져 내린 뒤 자본의 전일적 지배가 강화되고 포스트모더니즘과 정보화의 물결이 넘실대는 이 세기말의 상황 속에서 마냥 절망하고 낙담하고 세상을 탓하고, 불평밖에 한 것은 아닌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가 지냈던 감옥 만도 못한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나는 자유가 있고,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내 삶에 대해 아름다워 하는 것은 감옥 안에서의 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허한 관념이 아닌, 발전의 토대가 되는 사색, 그 안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장막을 거두어내고, 희망으로 바꾸어 내 다시희망이 왔을 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 나는 그가 조용히 권한 이 사색이 참 오래 마음에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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