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모건 저자, 최강열 교수 역자
다섯 수레 출판 2011.06.01
최근 들어 서점에 가면 유전과 진화에 대한 책이 눈에 자주 띈다. 나는 평소 유전이나 생명공학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책을 읽다보면 언젠가 생명공학 시간에 배웠던 인간의 유전자의 신비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저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모든 식물, 동물의 존재, 내가 얼마나 귀중한 삶을 부여받아 살고 있는지 소중함이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명의 소중함.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몇 십억 년 전에 지구에 생명이 생겨나던 때부터 끊임없는 환경과의 적응과 경쟁,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우연히 없었다면, 약간의 오차가 생겼다면, 우리는 지금의 인류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자연의 작용과 실험 속에서 계속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집단 안에서 생명은 더 잘 생존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해왔고 , 지금 현재도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운명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의 존재는 유일무이하며 가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유전과 생명의 탄생에 대하여 정면으로 신의 창조에 도전하듯, 의학적인 발전의 분야와 성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줄기세포의 활용, 유도만능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냉동배아줄기세포 등 여러 방법들이 개발되어 이미 실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생명의 존귀함을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라는 윤리적인 문제에 늘 봉착하고 있는 점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명에 대한 존귀함, 하지만 반면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 유전학, 복제인간, 유전공학 등의 분야에 대한 꽤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과정과 상관없이 이미 우리의 운명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삶이 너무 허무 하다. 우리의 전 생애가 유전자의 지시대로만 움직여지는 삶은 아니다. 천성적으로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인간은 인간만의 독특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인간 고유의 문화를 전승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자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단순히 우리의 존재가 유전자에 의한 것일 뿐이라면 우리가 삶 속에서 후천적으로 노력했고,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 이 삶 자체를 어떻게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단지 줄기세포를 배양해 기계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어머니의 자궁과 자연적인 수정에 의한 생명의 시작이 아닌 우성과 열성을 분석해 나눠 뛰어난 유전자만을 조합해 인간을 만들어낼 것이라면, 그것이 진정 지금 우리와 같은 것을 느끼고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그 모든 어려운 유전공학 문제들에 대해 나는 단순히 과학적 발전의 위대함을 우러러보던 이전과 달리, 철학적 관점에서, 인간으로서 감성적인 관점에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이 책을 통해 가졌다. 그리고 생명과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명연장과 건강한 삶에 대한 인류의 열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소망이며 무궁무진한 개발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힘인 것은 분명하다. 재생의학개발은 우리가 앞으로 이뤄나가야 하는 엄청난 가능성의 보고라는 것에 나 또한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가치에 대해 잊고 과학의 발전에만 주목하지는 않고 있는지를 어느 때보다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독서활동에 추가하면 좋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스탠퍼드대 미래실행 보고서 (0) | 2022.12.26 |
---|---|
[독후감] 맨먼스 미신 (0) | 2022.12.19 |
이집트왕자 - 애니메이션, 가족, 모험/미국/ (0) | 2022.11.07 |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0) | 2022.11.03 |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0) | 2022.10.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