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류의 삶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 그리고 증명이다. 전체 총 4부로 구성하여 1부에서는 ‘인간 사회가 태초부터 맞이했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이라는 제목으로 문명이 싹틀 무렵, 환경적인 적응이 필요했던 태초 인류가 어떻게 적응을 이뤄냈는지, 콜럼버스가 새로운 세계를 정복했다고 믿었던 그 시기, 자신들의 발달된 유럽문명이 미개한 신대륙 원주민들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명을 전달해 지금의 문명국가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었던 시기에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인지에 대해 원주민, 신대륙의 입장에서 유럽인의 정복전쟁을 분석해내고 있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인류가 문명을 이뤄낸 교차로’가 되었던 식량 생산의 문제, 유전자 문제, 야생에서 집단적 군집을 이뤄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논리 등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세 번째,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에서 야생 생활에서 적응하고 다른 동물들에 비해 우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했던 인류의 잔인한 정복과 사육, 작물 재배 등의 행동이 어떤 치명적인 대가를 불러일으키고 이후에 어떤 식으로 이 식량 문제가 인류의 사회적 문제를 안겨주게 되었는지를 아주 타당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4부, 저는 이 장에서 재레미 다이아몬드, 그가 바라보았던 인류의 앞으로의 문명에 대한 청사진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인류사가 어떤 발전적 연구 방향과 과제를 가지고 있는가?
위의 3개의 장에서 말했던 대륙 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의 문제, 동아시아 문명과 중국 문화의 확산, 아프리카 낙후 문명의 원인에 대한 분석 등이 이제껏 힘의 논리로, 무기와 철로서 이뤄냈던 문명이 어떤 식으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는지, 총, 균, 쇠로 인해 일어난 문제를 어떻게 또 총, 균, 쇠로 해결해야 할지 인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문명사에 대한 책과 이 책이 다른 이유, 수많은 학자들이 명저로 꼽는 이유는 기존의 역사적 평가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책을 직접 읽으며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단지 서구열강과 제3세계를 나눠 이분법적으로 승자와 패자, 침략자와 희생자에 대한 감정을 가지도록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란 상대적인 것이며, 승자에 의한 기록이니 모두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해도 우리들 중 대다수는 서구 중심적인 기존의 역사 접근법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시작부터 다르게 하라고 말하는 듯하기도 하다. 누군가에 대한 평가가 아닌 환경 속에 변화해온 인류 전체의 문명적 흐름을 보라고 말이다. 때로 우리는 이런 책을 보며 일부 챕터에만 너무 의미를 부여하며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반대급부로 막연히 어떤 논리 없이 서구가 아닌 다른 문명, 문화의 우월성만을 주장하려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역사적 상대성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지리적 요인과 환경적인 결정론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서구식민주의 정책이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이후 원주민 사회와 제3세계 국가들에 미친 악영향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부분을 포함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처음 시작되었던 태초부터 거론하며 기본 전제 자체를 새로 작성하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저자의 그런 논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에 배웠던 것 같은 서구열강과 제3세계 민족들을 양분해 나눠 어느 한쪽에 대한 비판, 어느 한쪽에 대한 동경이 가득한 역사를 더 좋아하고 믿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과거에 일어난 일이기에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에게는 이전에 생각했던 신대륙개척과 인류의 문명 발전에 대한 전혀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인 콜럼버스에 대한 내용에서는 더욱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 자체를 새로 돌이켜볼 수 있었다.
‘달걀을 세로로 세우는 방법은 달걀의 뾰족한 부분을 살짝 바닥에 내리쳐 깨트려 그 부분을 바닥에 대고 세우는 것이라는 굉장히 신선하지만 너무나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그는 1492년 그 누구도 가지 못했던 바다 끝 세계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고 그런 그의 도전 의식과 용기가 신대륙을 발견하게 하여 이후 유럽에 새로운 문물을 전달해주어 새 시대를 열게 하였다. 그리고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에 있던 그 콜럼버스에 대한 내용을 보고 저는 나름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를 꿈꾸었었다. 그런 개척의 역사와 콜럼버스 등의 인물을 통해 나 역시 그처럼 어른이 되면 새로운 세계로 가 나만의 왕국을 세운다거나, 무언가 사람들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것이라는 다소 지금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고, 사회인으로서 한몫을 해낼 만큼 큰 이후에 바라본 세계는 그렇게 낭만적인 모험의 장소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세상은 새로운 모험보다 기존의 체계와 관습,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논리가 팽배한 곳이었고, 혼자 고집을 부려 옳고 그른 것을 바로 나눠 정직하게 살아가기에는 나 혼자 도태되어간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 나는 더 이상 콜럼버스의 책을 읽으며 재미있어하지 않았다. 나에게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영웅의 모험담이 아닌 그저 돈을 벌고자 하는 상인들과 유럽의 정치를 제패하고자 했던 국가의 지원 아래 이루어졌던 정복과 침략에 불과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내가 깨달았던 그 콜럼버스의 이야기처럼, 이 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세계사, 몇천 년 간의 지난 인류의 삶에 대해 아주 냉소적이고, 동시에 분석적이며,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논리로 증명해내고 있다. 그저 동화적인 이야기를 모두 빼고 어른의 시각에서 대충 분석한 책이 아닌 학문적, 역사적 제대로 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세계적인 석학 제데롣 다이아몬드가 보여주는 인류의 역사에 대한 분석은 그 날카로움에 누구나 다 동의할 수밖에 없게 하며, 지금까지 막연하게 바라보았던 내 주변의 모든 논리와 시대의 흐름을 다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나?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게 만든다. 아마도 그렇기에 이 책이 초판이 출간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계속된 증쇄와 재출간을 거치며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스페인이 잉카를 정복할 수 있던 원인은 그들이 유전적으로 더 우월해서가 아니다.”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우리가 아는 신대륙 개척의 선구자들은 유럽의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그 당시 가장 강대국이었던 왕조의 지원 아래 유럽 대륙을 떠나 처음으로 대서양을 건넌 항해를 시작했고, 그렇게 발견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우리는 그 이유가 그들이 발달된 문명과 방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항해술과 포술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배당하고 문명을 파괴당했던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안타깝지만 덜 발전한 문명을 가지고 있던 상대적 약자가 처하는 당연한 결말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저자는 애초에 모든 것이 누가 더 우월한 문명을 가지고 있고, 덜 문명화된 미개한 문명을 가지고 있어서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총, 균, 쇠를 유럽의 국가들이 독점적으로 다룰 수 있었으며, 반대로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대륙 원주민들은 그 모든 것을 아직 완벽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차이라고만 말한다. 그리고 원주민들이 그것을 완벽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미개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개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풍족한 생활과 필요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단지 각 집단이 가진 유전적 차이가 만들어내는 우월함의 차이가 아닌 서로 다른 지리적 위치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나가고 서로 벌어진 사건들에 대응하며 만들어간 일련의 일들이 만들어낸 우연이자 환경에 의해 결정된 흐름일 뿐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수평적 위치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총, 균, 쇠는 두 대륙의 역사를 달라지게 한 가장 중요한 원인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환경적 조건과 운이 따라야만 가질 수 있었던 그저 단순한 사실이라고 언급한다.
그렇다면 왜 유럽 열강들은 총, 균, 쇠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그들이 역사 내내 치러왔던 수많은 전쟁과 충돌, 분열의 역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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