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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활동에 추가하면 좋은 책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 사토 겐타로

by 현서엄마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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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는 말이 너무나 흔해진 현대이지만, 사실 혁신의 정의에 대한 의견은 각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혁신은 스티븐 잡스의 아이팟시리즈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세계인이 느꼈던 충격이었다. 이전에 음악을 공유하고 즐기던 그 어떤 방식과도 다른 새로운 개념의 출현, 누군가가 연못에 던진 작은 돌맹이 하나가 일으킨 거대한 물의 파장 같은 혁신이 그 이후의 시대에 끼친 공헌은 너무나 큰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팟을 시작으로 전혀 다른 시대로 접어든 음원 시장과 스마트 기기 시장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는 스마트폰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흔한 것이 되어 버렸지만, 분명 이전의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챕터에 접어든 것이다.

세계를 바꾼이 책의 제목을 보고, 나는 아이팟의 등장처럼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챕터를 열었던 또 다른 키워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세계를 바꾼~ ’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시리즈는 수없이 많아 이전에도 읽어본 적이 있었고, 그 때마다 교과서와 개론서를 통해 보았던 역사적 사실, 시대와는 또 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었기에 신소재라는 이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시각에서 세계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떄문이었다.

재료는 인간의 생활을 개선하고 인간의 능력을 확장했다.’

재료라는 말은 매우 원론적이고 기초적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이다. 하지만 신소재라는 말 역시 결국 예전부터 사용해왔던 것이 아닌 재료로 이해할 수 있으니 넓은 범주에서는 재료가 인간의 생활을 개선해주고 능력을 확장시켜주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저자의 의견은 매우 맞는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이 발견하거나, 혹은 발명해내 확장시켜 사용해온 12가지의 신소재들을 그에 맞는 에피소드와 역사적 사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여 설명해낸다. , 고무, 비단, 도자기, 콜라겐, , 종이, 탄산칼륨, 알루미늄, 플라스틱, 자석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런 것들이 없었던 시대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대체품을 이용해 살아갔던 것일까? 막연히 상상할 수 없는 불편함이었을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겠지만 각각의 물질마다 그것이 발견되었을 때 분명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큰 기대감을 가졌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거운 대나무 죽간이나 파피루스 잎, 무겁고 보관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쐐기문자를 적던 토판 같은 것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종이라는 소재를 보았을 때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거친 실로 짠 옷만을 입던 사람들이 처음 누에가 짠 비단옷을 보았을 때의 그 놀라움은 인류 역사 속에서 신소재가 발견, 발명될 때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큰 기대감과 두려움을 모두 가지고 있었는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또 다른 이 책의 매력적인 점은 신소재라는 분야가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주 대중적인 사실과 문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어려움을 느끼거나 전문지식을 따로 찾아보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는 점이다. 각 재료의 설명에는 사진과 그림, 표까지 수록되어 이해를 돕고 있었기에 최대한 독자를 배려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저 학교 교과서에서 청동기시대와 철기 시대의 차이점과 확산에 대해 배웠던 것처럼 어떤 새로운 것을 개발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상상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한에 가까운 재료의 우주에서 극히 일부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거대한 우주의 소행성 하나, 운석 하나에도 지구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새로운 광물을 수없이 발견한다고 한다. 그런 것까지 떠올리며 이런 책 속의 문장을 보면 내가 세상에 있는 수많은 물질 중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지극히 적은지에 대해 돌이켜보게 된다. 그렇다면 그 극히 일부 중 또 극히 일부를 발견했을 뿐인 12가지 신소재에 대해 저자는 왜 중요하게 생각하며 정리하게 된 것일까?

그 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자는 속도결정단계라는 생소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원래 생화학 용어 중 하나로 한 반응이 연속된 일련의 단계 반응을 거쳐 일어날 때 전체 반응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반응 단계가 있다면 그 단계를 제외한 다른 단계들은 전체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단계가 인류 역사에 신소재의 등장이었다고 말한다. 인류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가볍고, 편리하며, 오래 가치가 보존되는 것을 개발,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냈을 때 분명한 산업 발전과 엄청난 이득을 얻어왔다. 그랬기에 신소재 개발 산업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발전해오고 있으며, 많은 연구자들과 기업가들이 또 다른 신소재의 발견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즐겁고 모두에게 이로운 일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며, 금의 발견 부분처럼 금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더 많은 금을 소유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오히려 좋지 않은 결말이 일어난 적도 많았다. 금은 철기나 다른 단단한 소재처럼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었지만 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대표적인 척도가 되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인정받아 오히려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처럼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금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과 노예부역, 자연파괴 등 부작용도 언제나 존재했다. 그렇기에 신소재를 발견하고 이것의 활용이 확산된다 해서 반드시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어진 것이다.

책을 후반부까지 읽어가며 나는 그렇다면 앞으로 발견할 신소재와, 지금의 시대를 이끌어갈 신소재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발견, 발명된 신소재에 대해 알면 알수록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신소재가 아직 증명, 발견되지 않고 묻혀 있는지 궁금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실리콘 밸리라는 IT 역사의 상징적인 용어는 실리콘이라는 신소재의 발견이 과학 문명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실리콘 반도체의 눈부신 발전은 기존의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능력을 갖춘 머신을 우리 손에 들려주었고, 인공지능의 발명은 더 우수한 신소재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는 신소재를 우연한 발견이나 천재의 두뇌에 기대지 않고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실리콘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지금은 단순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는 것에 큰 가치를 두기보다 그 소재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지, 그리고 친환경 소재처럼 환경보호에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재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친환경 신소재의 출연도 기대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그 이전까지 발견했던 그 어떤 신소재보다 앞으로의 발견, 발명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며, 그로 인한 변화도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마지막은 AI가 좌우할 재료과학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수많은 신소재의 발견과 창조,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인간의 생활을 바꿔온 신소재의 역사는 이제 앞으로 기술발전과 함께 또 다른 시대를 우리에게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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