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에 대한 끊임없는 이슈와 논쟁’
얼마 전,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다. 4년마다 열리는 몇 안 되는 전 세계적인 이벤트에 TV와 신문을 비롯한 모든 매체들이 앞다투어 카타르 현지에 대한 소식과 월드컵 경기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아무래도 축구라는 종목 자체가 전 세계에서 많은 국가들이 즐기고, 좋아하는 종목으로 꼽히기도 하고, 우리나라 축구단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이들이 벌써 이 축제를 어떻게 즐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높은 것이 있는데 바로 ‘카타르’ 라는 이 낯선 국가에 대한 소식들이다. 아무래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는 한 카타르라는 국가를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뉴스 등에서 요약해 알려주는 정보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혼외정사를 인정하지 않기에 결혼하지 않았다면 연인 사이라 해도 한 숙소를 예약할 수 없고, 술이나 담배 등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공공 장소에서 포옹도 할 수 없는 나라, 이런 보도를 들으면 ‘그 나라에서 어떻게 스포츠 경기를 즐기지? 너무 답답하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아무리 그 나라에서 당연한 법, 관습이라 할지라도 ‘외국인인데 꼭 지켜야 할까?’ 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아마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된다. 전혀 다른 낯선 국가로 간다는 것은 그렇게 생소하고 이상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바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사막의 중동 국가, 하지만 그 지역에 다녀왔거나 관심을 가져오던 이가 아니면 사실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 국가’ 란 우리에게 ‘그 나라가 그 나라 아닌가.’ 수준일 만큼 낯선 지역이다. 히잡이라 불리는 옷을 입고, 여성의 권리, 인권이나 사회활동이 현저히 낮으며, 가끔 ‘매매혼’, ‘명예살인’, ‘지참금 제도’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관습과 제도가 일반화된 국가, 우리가 가진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 국가에 대한 편견은 분명 언젠가 일어났던 객관적인 사건이나 사실, 보도에 기초한 것이라고는 해도 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문명화되지 않은 미개한 미지를 보는 것 같은 괴리감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다.
낯선 곳으로 간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이 시점에서 읽게 된 것이 어쩌면 가장 적절한 시기에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내가 카타르에 대한 소식을 듣고, 또 생각했던 모든 내 안의 편견과 카타르와 우리의 차이에 대한 생각들이 내게 카타르가 ‘낯선 곳’ 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책 속 내용들이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 있는 일들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카타르와 우리의 차이를 조금은 카타르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나는 전 세계 어떤 문명 가운데에서도 유럽 중심, 미국 중심의 서구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492년 콜롬버스의 신대륙발견을 통해 유럽인들이 가져간 신비로운 신대륙의 문명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그 반대로 그가 발견하기 전 신대륙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침략자, 한때의 여행객 정도로밖에 의미를 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늘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원본’ 이자 ‘정상인’ 이자 ‘일반적’ 이고 ‘평범한’ 사람들이며, 신대륙에 살고 있던 원주민은 ‘미개하고’, ‘덜 문명화되고’, ‘불편하고 개발되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는 선입견이 우리 마음속에 분명 남아있다. 물론, 세계사에 관한 여러 책을 읽어보고, 최근 들어서는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재해석해보는 여러 연구, 보도를 볼 기회가 많고 그만큼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은연 중에 나 중심적, 서구 문명 중심적으로 생각해버리는 것은 여전히 내게 그들의 문명이 너무 낯설고, 실제 보거나 겪어볼 기회가 없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낯설다.’ 라는 것은 단지 내가 모르고 있던 또 하나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것을 잘 모르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생각해버리고야 마는 습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당연하고, 또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익숙한 문화들이 오히려 미개하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낯선 문화들에 비해 뒤쳐진, 잘못된 문화일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나는 과연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로 옳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이 책 안에 나온 뉴기니 마을의 사람들이나, 결국 몰락해버린 이스터 섬의 주민들의 이야기들은 섬찟하리만큼 낯선 것으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일례로 꽤 인상적이었던 햄릿에 대한 일화에서 한 인류학자가 티브족에게 셰익스피어의 ‘햄릿’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티브족드른 유령으로 나타난 아버지가 억울함에 아들에게 원한을 풀어달라고 왔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주술사가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했다. 숙부가 자신의 형이 죽고 나서 햄릿의 어머니를 취한 것에 폐륜처럼 받아들이며 분노했던 우리와 달리 전혀 문제 될 일이 없는 일처럼 넘기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티브족이 우리에 비해 도덕성이 부족하거나, 너무 미개한 문명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태도를 가졌다면 이 책이 가장 경계하며 당장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문화인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티브족에게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중 일부였기 때문에 햄릿의 복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리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이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은 해외 여행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여가 방식의 하나로 받아 들여지는 시대인만큼 이런 낯선 곳에서 낯선 문화와의 충돌을 경험해볼 기회는 너무나 많다. 유튜브나 SNS 등만 보아도 문화적 차이로 인해 낯선 국가에서 놀라 자신의 경험을 올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낯선 문화와의 충돌에서 일어나는 차이들이 비단 원주민들이나 소수민족과 우리 같은 문명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국가만 가도 식사예절을 비롯해 관습과 관념이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청결’에 대한 일화처럼 유럽의 프랑스나 네덜란드처럼 건조한 유럽 대륙 쪽 사람들이 잘 씻지 않고, 수건이나 목욕 용품을 며칠씩 하나로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처럼 고온다습한 기후에 땀이나 이물질이 몸에 들러붙는 일이 거의 없고, 오히려 피부를 보호하는 지방이 너무 자주 씻을 경우 씻겨나가 피부에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은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 이런 정보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낯선 곳으로 간다.’는 것이 지리적, 환경적 차이에서 비롯한 자연스러운 문화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이해하려는 배려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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